"미투 운동 원조가 이분들"…위안부 피해 생존자 단 30명
등록 2018-03-01 09:50:00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지난해 12월28일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이 바라보고 있는 영사관 일장기 모습이 지나가는 차량의 유리창에 비치고 있다. 2017.12.28. yulnetphoto@newsis.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현재 생존자 30명뿐
올해만 2명 세상 떠나…생존자 평균 연령 만 91세
1991년 8월14일, 고 김학순 할머니의 '공식 증언' 용기
"미투 원조 할머니들 위해 국민들 '위드유'로 끝까지 도와야"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원조가 할머니들입니다. 지금은 미투를 응원해주지만 그땐 오히려 차별을 줄 때 아닙니까. 어려운 시기에 할머니들이 대단한 일을 하신 겁니다."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국민들이 할머니들을 끝까지 도와드려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나눔의 집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쉼터로 8명의 할머니가 머물고 있다.
그는 "할머니들이 '미투'했으니 우리가 '위드유(#WithYou·당신과 함께한다)'를 달아줘야 한다"며 "반복적으로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위드유해야 한다. 전세계로 위드유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만 벌써 2명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남은 생존자는 30명, 이들의 평균 연령은 만 91세다.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아내고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 2명 세상 떠나…생존자 30명·평균 연령 만 91세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 239명(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인정 7명 미포함) 가운데 생존자는 이제 30명뿐이다.
지금까지 209명이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지난해는 8명, 올해 들어서만 2명의 할머니가 세상을 떴다.
지난달 14일에는 김모(88) 할머니가 별세했다. 김모 할머니는 16살 때 일본 오카야마로 끌려가 고통을 당했다. 앞서 지난 1월5일에는 13살 때 만주로 끌려가 고초를 겪은 임모(89) 할머니가 끝내 세상을 떴다.
【광주(경기)=뉴시스】이정선 기자 = 한일 양국간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9일 오후 경기 광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집에서 이옥선(보은·92세), 이옥선(부산·92세), 박옥선(밀양·95세) 할머니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위안부 합의 문제 발표를 시청한 뒤 안신권 소장으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18.01.09. ppljs@newsis.com
지난해에는 1월 중국에 거주하던 마지막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박차순 할머니를 시작으로 8명의 피해자가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4월에는 '동백꽃 할머니' 이순덕 할머니가, 7월에는 2007년 미국 하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청문회에서 참상을 증언했던 김군자 할머니가 별세했다.
이어 8월에는 200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전범여성국제법정'에서 북측 증인으로 참석했던 하상숙 할머니와 이모 할머니, 11월에는 충남지역 유일한 생존자였던 이기정 할머니, 12월에는 일본 내 위안부 피해자 중 유일하게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법적 투쟁을 시작했던 송신도 할머니가 세상을 떴다.
남은 피해자들에게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여가부에 따르면 생존자들의 평균 연령은 만 91.0세로 ▲85~89세 14명 ▲90~95세 14명 ▲96세 이상 2명 등이다. 최고령은 1916년생인 정복수(102) 할머니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따르면 생존자들 중 고령에 따른 노환 등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피해자는 5명 정도로 파악된다.
병원에 입원한 상태가 아니더라도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 머물고 있는 할머니 8명 중 3명이 침상에 누워 지내는 상태이며, 서울 '평화의 우리집'에서 머무는 김복동(92) 할머니와 길원옥(91) 할머니도 건강 문제로 외부와의 접촉을 자제하고 있다.
◇27년 전 시작된 피해자들의 '미투'…'#위드유'도 계속돼야
위안부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1년 8월14일부터다. 고(故) 김학순(당시 67세)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최초로 피해 사실을 공식 증언했던 날이다.
이후 많은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국내외에서 직접 피해를 증언하거나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며 국제 사회에 일본의 만행을 알렸다.
최근 각계에서 성폭력·성추행 피해를 폭로하며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미투운동의 원조격이라는 비유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제1324차 정기 수요시위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마스크를 하고 있다. 2018.02.28. bluesoda@newsis.com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시민사회단체와 국민들 활동도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과 연대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매주 수요일 열리는 '수요집회'는 올해 26주년을 맞았다. 1992년 1월8일 시작된 이 집회는 99주년 삼일절을 하루 앞둔 전날 1324차 집회를 열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2015년 이뤄진 한·일 위안부의 후속조치와 관련해 '10억엔 반환'과 '화해치유재단 해산'도 요구했다.
정대협과 정의기억재단은 지난달 19일부터 청와대 청원도 진행 중이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2015한일합의에 대한 정부의 기본 처리 방향에 따라 화해치유재단을 하루 빨리 해산하고 10억엔을 반환할 것을 청원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8~9일에는 '세계여성의날'을 기념한 '15차 일본군성노예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가 열린다. 다음날 평화행진도 진행된다.
정대협 관계자는 "청와대 청원을 시작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와 평화행진도 열릴 예정"이라며 "국민들의 지속적이고 큰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눔의 집 안 소장은 "할머니들이 현 정부 들어 (빠른 해결을) 기대했는데 크게 변한 게 없으니 실망도 하시고 (건강 등으로) 움츠려 계신다"며 "일본이 워낙 변하지 않아 관심이 무뎌진 분도 있겠지만 가해자는 일본이란 거대 국가다. 연대가 꼭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jabiu@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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