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위안부 소송 원고측 변호사 배리 피셔
"미국은 편파적이다"
미 뉴욕 테러 참사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고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갔던 지난 10월 4일 미국으로부터 또다른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워싱턴 연방지법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한 위안부 집단소송을 기각했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8월 1일 예비심리 이후 원고측에 유리할 거라는 전망들이 나오던 터라 소송 기각 판은 원고측 할머니들과 관계자들에게 더 큰 실망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이미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멀어져 있었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우방국으로서 테러사건 보복공격에 대해서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동안, 일본은 미 보복공격을 지원한다는 명으로 자위대 부활을 꿈꾸고 있었다. 우리 사회는 이런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크게 경하지 않았다.
미 위안부 소송 변호사측은 현재 콜럼비아특별구 순회항소법원에 즉각 항소해 재판을 기리고 있다. 본지는 미국 위안부 소송이 기각된 배경, 소송팀의 향후 계획 등과 관련해 원고 배리 피셔 변호사에게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다음은 미국에 있는 배리 변호사가 인뷰에 답변한 내용이다. <편집자 주>
-국제사회가 온통 미국 테러사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 위안부 관련 소송이 기각다. 기각 당시 한국조차 이 문제를 크게 다루지 않았다. 위안부 소송에 대한 미국내 관심 어떠한지.
“한국의 언론에서 소송기각을 별로 취급하지 않았다니 놀랍다. 미국의 주요 언론에서는 기각의 부당성을 다루었다. 지난 주에도 미국 법조계에 널리 읽히는 <법조일보DailyJournal)>는 사설을 통해 미국의 편파적 입장을 강력히 비판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를 상대로 했던 유대인 강제노역 배상 소송에서는 피해자 입장을 옹호했던 미국 행정부가 일본에 대해서는 판이하게 일본을 보호하는 입장을 취하는 이중성을 문제삼았다.”
-지난 8월 1일 1차 심리 이후 미 재판부가 일본의 국가주권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원측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그러나 미국의 테러 보복전쟁에 대해 일본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나선 가운데 미 위안부 소이 기각되자 기각 배경에 미국과 일본 정부의 모종의 협상이 없었는지 의심을 불러일으. 소송 기각 배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활발한 막후협상을 벌였던 미국 행정부는 아시아계 피해자들을 원고로 한 ‘일본군 위안부와 징용 소송’에서는 일본 정부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 구체적인 자료는 가지고 있지 않으나 미-일 양국 고위급 관계자들 사이의 회동이 있었고 일본 정부가 미국 행정부에 자신들을 비호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유대인 강제노역 소송서 공정했던 미 행정부가 위안부 소송에선 일본보호 위해 ‘만리장성’쌓아
-미 재판부의 케네디 판사가 소송 기각 이유에 대해 “재판으로 처리될 수 없는 정치적 문제”라고 판결했는데 이에 대한 원고측 변호사팀의 입장은 어떤지.
“‘정치적 문제’라는 말은 법률적인 용어로서 ‘기본적으로 법원은 사법부의 권한 아래 있는 문제를 심리할 수 있으며, 행정부의 권한 아래 있는 문제는 정치에 맡긴다’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위안부’를 상대로 저질러진 잔학행위로 인한 피해에 대한 배상 청구는 어디까지나 법률적 문제이지 정치적 문제로 규정될 사안이 아니다. 이를 정치적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은 미국이 미-일 관계에서 일본을 자극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일것이다. 케네디 판사가 정치적 문제라고 규정한 것은 법률적 문제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채 결론을 내린 것이다.”
-1965년 한일협정에 대한 한국정부의 견해가 이번 소송에서 제출되지 못했던 것으로 아는데.
“이스라엘 정부와 민간단체들은 독일 기업 등을 상대로 한 홀로코스트 소송에서 폴란드, 크라이나 등 유대계 피해자 편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처럼 한국 정부도 명확한 입 표명을 해주길 바란다.우리는 한국 외교부가 우리 변호인단과 만나 진지하게 대화할 것을 희망한다.”
이 소송은 한국현대사 바로잡는 소중한 시발점
한국인이 권리 포기하면 누가 보호하겠는가
-항소 재판에서 지난 번 재판과는 뭔가 다른 전략이 있는지 궁금하다.
“항소심은 지방법원에서 소송을 기각한 판사의 논리에 법률적 오류가 있는지를 가려내는 것이다. 우리 변호인단은 고등법원이 케네디 판사의 잘못된 기각 판결을 바로 잡아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으며 따라서 승소할 수 있으리라 낙관하고 있다. 항소중인 ‘위안부’소송은 이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최초의 소송이었다. 곧 ‘위안부’소송을 일본기업을 상대로 하는 집단소송으로 확대할 것이다.”
-한국정부, 국회,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소송은 단순한 손해배상 소송이 아니라 굴절된 한국 현대사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소중한 시발점이다. 이 소송이 한일관계, 남북관계, 나아가 한반도 역사 전체에 미치는 의의와 중요성에 대해 한국정부와 국민과 언론이 하루라도 빨리 깊이 인식하기 바란다. 특히 피해자들이 고령으로 계속 사망하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에서 벌어지는 이번 소송의 절박성을 식하고, 외교부를 포함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소신과 용기를 가지고 결단을 내려 우리 호인단과 만나 성의있는 대화를 나누기 희망한다. 한국 국회도 강제동원 진상규명에 대한특별법을 하루 빨리 통과시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인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와역사를 포기한다면 다른 누가 한국인을 위해 그것들을 보호해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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