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참회않는 일정부 단죄 인간성 회복 광장으로
“우리가 강요에 못이겨 했던 그 일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91년 여름, 50년동안 감추며 살아왔던 아픔인 `일본군 위안부의 기억'을
처음으로 증언한 고 김학순 할머니의 간절한 바램이다. 12월 7일부터 나흘동안
일본 도쿄 구단회관에서 열리는 `2000년 일본군 성노예전범 국제법정'은 그 바램이
결실을 맺는 역사의 한 장이다. 이 국제민간인권법정은 한국 북한 중국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네덜란드 동티모르 등 9개국 피해자 관련단체와
일본시민단체 바우넷저팬이 함께 개최한다. <한겨레>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문화방송>이 한국쪽 공동주최자다. 전세계 여성·인권운동가 등 1000여명이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과 강간이 국제법상 전쟁범죄·반인도범죄임을 명확히
하고,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 모인다. 김은례 황금주 김상희
강순애 이용녀 강일출 한도순 김순덕 박옥련 김군자씨 등 한국의 피해자 30명도 이
재판을 지켜본다.
또 남북이 함께 기소장을 작성해 남북한과 중국·일본에서 살고 있는
박영심·김군자·김복동·하상숙·송신도 할머니의 피해내용을 고발한다. 실재적인
처벌권은 없는 양심에 기초한 민간법정이지만, 검사단에 유고와 르완다 전범재판의
검사였던 미국의 패트리셔 뵈세르 셀러와 오스트레일리아의 티나 돌고폴, 판사단에
국제여성법률가협회 의장인 아르헨티나의 카르멘 마리아 아르기베이, 유엔
인권이사회 부의장인 인도의 바그와티 판사, 유고전범재판 수석판사였던 가브리엘
커크 맥도널드 등이 참여하며, 전문가증인단에 전쟁범죄 최고권위자인 프리츠
칼스호벤, 유엔인권소위원회 특별보호관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조사를
했던 게이 맥두걸 등 세계적인 법률·인권 전문가들이 재판을 이끈다.
1930년대부터 1945년 일본이 패전하기까지 당시 일본 제국의 관료들과 군인 및
이들의 위촉을 받은 민간업자들은 한국을 비롯한 식민지의 여성들을 납치하거나
`근로정신대'나 취업 등으로 속여 일본군인들의 성노예로 동원했다.
연합국 문서를 보면, 2차대전 전승국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46~48년 도쿄극동군사재판에서 위안부문제는 전승국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다뤄지지
않았다. 일본이 빨리 질서를 회복해 소련에 맞선 반공기지 구실을 하기를 바랬던
미국은 이 전쟁범죄의 최고 책임자인 히로히토 전 일본 국왕을 단죄하지 않기로
했다. 그 결과 히로히토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고 증언까지 면제받았다.
2000년 법정에서는 일본 국가와 함께 히로히토 전 국왕과 생존 전범들을 피고로 해
책임을 분명히 한다.
90년대 들어와 피해자들의 증언과 소송, 유엔인권이사회등 국제사회의 조사와
권고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전혀 하지 않았고 진상을
은폐했다. 그러나 최근 유고·르완다 내전중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1998년 전범을 단죄하는 상설 법정으로 국제형사재판소가 만들어지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다시 세계인권운동의 중요 과제로 떠올랐다. 이번 법정에는 일본군
성노예제의 책임자 규명과 함께 세계 각지의 무력분쟁 속에서 여성에 대한
전쟁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려는 목적도 있다. 12월11일에는 `전쟁속의
여성폭력 국제 공청회'가 열리고 현재 성폭력 피해자들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만남도 이뤄진다.
일본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도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일본군 범죄관련
문서공개법이 통과됐고 21일에는 독일 베를린 일본대사관 앞에서 독일인들의
시위가 열린다. 피해자들이 9년째 계속해온 수요시위가 437번째를 맞는 29일
정오에는 아시아 각국 일본대사관앞에서 동시다발시위가 열린다. 일본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만든 `아시아 여성을 위한 평화기금'은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최근 “위안부 피해자들이 돈받겠다고 신청을 많이했다”며 모금운동을 하고
있다. 이 문제가 알려지면서 책임있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2000년 법정이 열리는 동안 도쿄시내 거리 캠페인과 아시아연대
시위, 할머니 그림과 자료사진전, 문화마당 `저스티스 2000 아시아 페스티벌'등을
열어 일본인들에게 이 문제를 널리 알리고 지지 서명도 받을 예정이다. 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북한의 종군위안부 및 태평양전쟁 피해자조사위원회
사이의 남북교류도 계획돼 있다. 박민희 기자minggu@hani.co.kr 사진제공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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