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가는 위안부 할머니 이용수씨
남도 북도 일본만행 아픔 힘 합쳐 사죄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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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section-005000000/2002/04/005000000200204262216011.html
“형제끼리 싸울 게 아니라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야 합니다.”
대구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75·달서구 상인동·사진)씨가 북한에 간다. 다음달 3일부터 이틀간 평양에서 열리는 `일본의 과거청산을 요구하는 아시아지역 심포지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 행사는 일본의 과거청산을 촉구하는 활동을 펼쳐온 북한의 `종군위안부·태평양전쟁피해자 보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하는 첫 국제 심포지엄이다. 북쪽은 이달초 일본의 시민단체를 통해 남쪽 피해자, 시민단체 대표들의 참석을 요청해왔고 남쪽의 `정신대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등의 단체들이 적극 호응해 지난 25일 정부승인을 얻어냄으로써 방북이 성사된 것이다.
이번 방북에는 지은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일제강제동원 진상규명 특별법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인 최봉태 변호사, 역사학자 서중석 교수(성균관대) 등 13명의 각계 인사가 참여하게 되는데 위안부 피해자로는 이씨와 서울에 거주하는 문필기(77·강서구 등촌동)씨 두 사람이 참여해 당시의 참상을 증언하게 된다. 통일부는 이들에 대해 ‘주민왕래지원자금’ 용도로 교통비·숙식비 등 기본경비 3959만원을 사후정산 방식으로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1943년 아무것도 모르던 열여섯살 나이에 위안부로 징발돼 고향 대구를 떠나게 된 이씨는 대만으로 끌려가 감당하기 힘든 고초를 겪어야 했다.
일본군의 성노예를 거부하다 끌려가 전기고문을 당하고 하루에 수십명을 상대하던 참혹한 시절, 같이 어려운 처지이면서도 유난히 어린 이씨를 아껴주고 지켜주던 평안남도 안주군 출신의 `언니'가 있었다. 그 언니가 끝내 그리던 고향 땅을 밟지못하고 미군의 폭격에 비참하게 눈을 감는 현장을 목격했던 이씨에게는 이번의 방북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북쪽의 할머니들을 만나게 돼서 너무 기뻐요. 할머니들도 꿋꿋하게 오래 사셔서 일본의 사죄를 받는 날을 보셔야 한다고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이씨는 강제위안부 등 역사문제에 있어 “당당하게 정당한 자기 주장을 하는 점에 있어서는 북으로부터 본받을 점도 있다”고 우리 정부의 대일자세를 꼬집기도 했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우리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이 있고 일본군 성노예 범죄와 강제노동범죄, 역사왜곡 우경화 등에 대한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대구/박영률 기자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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