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입력일 : 95/03/23 17:19:57
제목 : 중국생존 정신대할머니들 증언집 나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일정부의 무성의와 책임회피로 인해 여전히 답보상태인 가운데 중국에 살고 있는 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사연을 담은 증언집이 나왔다.
정신대연구회(회장 정진성)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최근 공동으로 펴낸 「50년 후의 증언 : 중국으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도서출판 한울간)은 해방 이후에도 패전한 일본군에 의해 아무런 대책없이 중국에 남겨진 채, 병고와 씨름하 면서도 고국을 그리며 살아온 조선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한서린 증언을 담고 있다.
정대협과 정신대연구회 대표단이 지난해 4월부터 5월까지 중국호북성 무한에 살고있는 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면담과 이 지역에 남아있는 일본군 위안소 건물에 대한 답사를 토대로 펴낸 이 책은 지난 93년 나온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 위안부들」에 이어 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사연을 담은 두번째 증언집.
홍강림.홍애진.하군자.이봉화 할머니 등 무한지역에 살고 있는 9명의 할머니와 안휘성에 살고 있는 정학수 할머니 등 모두 10명의 할머니들은 누구에게도 속시원히 털어놓지 못한 피맺힌 사연을 이 책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경북 김천 출신으로 17세의 어린 나이에 심양으로 끌려왔다는 홍강림할머니는 "처음에는 군인을 받지 않겠다고 하다가 매를 맞아 손가락마디 끝을 잘리기도 하고, 가죽혁대로 온몸을 구타당하면서 군인들을 받아야 했다"고 술회했다.
또 경남 진주 출신의 박막달할머니는 "밥짓는 일을 하는 줄 알고 중국으로 왔으나 군부대내 위안소로 끌려가 빨래, 취사, 청소 등 잡일을 하면서 군인들이 몸을 원할 때면 언제 어디서나 응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정신대연구회 고혜정 편집장은 "피해 당사자의 피맺힌 증언을 공개하는 일은 어쩌면 역사의 희생자들에게 또 한번의 고통을 안겨주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이같은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증언집을 발간하게 됐다"고 설명하면서 "피해 할머니들의 실상이 널리 알려져 이들의 마지막 소원인 고향방문이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발행일 : 95년 03월 23일
|
|
0
"정대협,정신대문제 정부가나서라<한겨레>1997.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