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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대연구소 2018-01-03 16:36:02, Hit : 1383
제 목   [동아일보 2018.1.3 ] 김정기 “위안부 즉석 드로잉, 누 될까봐 처음엔 거절”
김정기 “위안부 즉석 드로잉, 누 될까봐 처음엔 거절”
조윤경 기자 입력 2018-01-03 03:00

‘라이브드로잉’ 8년 김정기 작가
“그림인생 가장 어려웠던 순간…판타지 그릴때보다 더 어려웠다”

“늑대가 여우에게 그림을 가르쳐주는 모습이에요.” 지난해 말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만난 김정기 작가. 즉석에서 10분 만에 그림을 완성하는 ‘신공’을 보여줬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제 직업요? 만화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엔터테인먼트 현대회화까지…. 다 걸쳐 있어요.”  

‘정확히 하는 일이 뭐냐’고 물으니 김정기 작가(43)는 웃으며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만화가로 출발한 그는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라이브드로잉’이란 영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다.

라이브드로잉이란 밑그림 없이 즉석에서 그림을 그리는 기법을 뜻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김 작가의 퍼포먼스 영상에는 ‘보고도 믿을 수 없다’ ‘마치 컴퓨터그래픽 같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일반적으로 화가는 피사체를 보고 그림을 그립니다. 하다못해 컴퓨터로 이미지라도 띄워 놓죠. 저는 이 단계를 생략하고 평소 관찰해 두었던 이미지를 곧장 꺼내서 쓰는 겁니다. 관객들은 머릿속 이미지를 평면에 재해석하고 재배치하고 이야기까지 만들어 내는 걸 신기해하는 것 같아요.”  

김 작가가 라이브드로잉을 처음 시도한 건 2011년 부천국제만화축제였다. 천막 부스 벽을 종이로 감싸고 현장에서 그림을 그렸다. 이 모습을 담은 영상이 SNS를 타고 해외로까지 소문이 났다. 이듬해부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만화축제나 미국 코믹콘 등 국제행사에 초청되기 시작했다. 최근엔 마블, 픽사 등 해외 유명 게임 회사나 애니메이션 회사에 초청돼 강연도 다닌다.  

“가장 어려웠던 작업은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한 퍼포먼스였어요. 잘못 그리면 누가 될까 봐 처음엔 거절하기도 했죠. 상상해서 그리는 판타지보다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사실을 그리는 게 훨씬 어려워요. 제일 좋아하는 드로잉은 미국의 전설적 삽화가 노먼 록웰(1894∼1978)과 만화 ‘코주부’를 그린 김용환 화백(1912∼1998)의 그림이에요. 손동작이나 포즈뿐 아니라 잡다한 액세서리, 가구까지 상황과 분위기에 맞는 것들로 채워져 있거든요.”  

김 작가는 2014년부터 영국 크리스티 경매와 프랑스 파리 전시회 등을 통해 3억 원이 넘는 그림 판매 수익을 올렸다. 드로잉도 하나의 예술 분야로 인정을 받는 프랑스에선 원화 매매 시장이 활발하다. 과거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제3인류’ 일러스트를 그린 인연으로 올해 하반기엔 같은 작품을 ‘라이브 만화’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드로잉은 미술에서도 기본이에요. 스포츠에서 기초체력 같은 거죠. 디지털 시대에도 기본은 사람의 손입니다. 이걸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단 걸 다른 분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요. 특히 한국 만화 시장은 웹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작가들이 활동할 영역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좀 더 다양한 활로가 개척되길 기대합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80103/88001267/1#csidx942d7b2f7c6f95f90028decb90be3b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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