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입력일 : 1994/06/04 15:49:06
제 목 : 중국 무한에 정신대 할머니들 집단 생존 확인
*** 정신대연구회, 현지방문해 할머니 9명 직접 만나 ***
중국 무한지역에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한국인 할머니들이 집단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정신대연구회는 4일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점령했던 지역중 하나인 중국 무한시 일원에 한국인 위안부 9명이 생존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정옥공동대표와 정신대연구회 연구회원인 고혜정-여순주-박선영씨, 여성기록영화 모임 대표 변영주씨 등 5명은 지난 4월24일부터 5월11일까지 중국 호북성 무한을 방문, 현지에서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한국인 할머니 9명을 직접 만나 이 사실을 확인했다.
무한지역은 일본 패전 당시 근방 위안부들을 포함한 조선인들의 집결지로서 60년대에는 30여명의 생존자가 있었으나 그동안 병, 고령, 자살 등으로 거의 죽고 현재 9명의 할머니들만 생존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할머니들의 고향은 경상-전라-충청도 일대이며, 14세부터 20세의 어린 나이에 일본군 중화사령부가 있던 무한으로 끌려가 30년대 후반부터 일본이 패망할 때까지 짧게는 1년, 길게는 8년여동안 일본 군인들의 성적 노예생활을 강요당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할머니들은 "처음에 군인을 받지 않겠다고 하다가 매를 맞거나 손가락 마디끝을 잘리기도 했고 심지어 밑이 작다고 군의관이 수술칼로 그 곳을 째기도 했고 가죽 혁대로 엉덩이를 맞으며 군인들을 받아야 했다"고 당시 참상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일본 패망후 이들 한국인 위안부들은 연고도 없이 지리도 모르고 말도 안통하는 이 곳에 그대로 방치된채 남았다. 이들은 생존의 방편으로 중국인과 결혼했으나 30여명중 자식을 낳을 수 있었던 사람은 두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생존자중 임금아할머니(71)는 위안소 생활 초기에 정신이상이 되었고, 이봉화할머니(74)는 고향생각으로 정신분열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홍애진할머니(66)는 돌봐줄 사람없이 아홉살짜리 손자와 함께 반신불수의 몸으로 거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고, 박필려할머니(73)는 다리가 썩어들어가고 있는데도 전혀 치료를 못받고 있다.
이들은 현재 위안부 생활의 후유증으로 갖가지 병에 시달리면서도 변변한 의료혜택이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한결같이 "죽기 전에 고향에 한번 가보는 것이 소원"이라 밝히면서 고향에서 사람들이 찾아 왔다는 기쁨과 충격에 한동안 말을 잇지못하며 오열했다고 현지방문팀은 전했다.
정신대연구회는 중국 방문기간중 이들 생존 위안부할머니들과 적경리-동산리 등 무한지역 위안소를 사진과 비디오로 생생하게 찰영, 이를 정리한 조사집을 8월경 발간할 예정이다. 발 행 일 : 9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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